[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바야흐로 '플랫폼 시대'다. 플랫폼을 통해 전날 주문한 식재료를 새벽에 받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은행 업무를 처리한다. 백화점 전유물로 생각되던 해외 명품들을 손쉽게 주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독 플랫폼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곳이 있는데, 보험업계가 그 중 하나다.
김동헌 지앤넷 대표. (사진=유은실 기자)
규제 문턱이 높은 보험업에서 '실손보험 간편청구'의 길을 연 김동헌 지앤넷 대표(65)는 플랫폼이란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대학교에서 플랫폼 비즈니스 강의를 해왔다. IBM에서 프로그래머, 시스템 엔지니어, 개발자, 네트워크 등을 모두 경험한 김 대표는 2000년에 음성인식 ARS를 구축하는 회사를 창업했다.
일찍부터 플랫폼 네트워크에 관심이 많던 그가 눈을 돌린 곳은 '보험청구' 분야다. 보험금 청구 과정이 우편이나 팩스로 보험사에 서류를 제출하는 이른바 '재래식'인 점을 공략했다. 청구 과정을 병원·보험사 그리고 소비자 편의에 맞춰 재설계한 셈이다.
이런 포부를 갖고 의료정보전송 플랫폼 전문기업을 창업한 김 대표를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동헌 대표는 소비자가 자신의 의료정보를 관리하고,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역량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지앤넷을 의료정보 전송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까지 성장시킨 그의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건강한 사람이 더 건강할 수 있도록"
"개인이 건강한 삶을 사는데 가장 필요한 정보는 '내 의료 데이터'입니다. 지앤넷은 개인 의료 데이터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건강한 사람이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셈이죠."
지앤넷이 의료정보 전송 분야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개인'이다. '개인의 의료정보'를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전송하는 것이 지앤넷 서비스의 핵심이다. 2013년 병원에서 보험사로 바로 서류를 전달하는 '간편청구 서비스'를 개발할 당시에도 철저하게 플랫폼 역할에 집중했다. 소비자가 직접 서류 전송을 선택하고 지앤넷은 병원과 보험사 사이를 연결해 주는 가교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보험청구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면서, 보험청구에 필요한 네트워킹을 담당하는 중간 역할을 하는 것.
이런 취지에 맞춰 보험사로 전송하는 '실손보험빠른청구'와 개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의료정보를 전송하는 '닥터구디‘ 앱이 탄생했다. 현재 지앤넷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병원·치과·약국 요양기관과 보험사를 지원하는 '보험청구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초기 네트워크 형성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의료정보 전송에 깐깐할 수밖에 없는 의료계를 설득해야 하는 것은 물론, 보험사들을 돌며 서비스를 알리고 설득하는 반복적인 일 역시 오롯이 그의 몫였다. 김 대표는 "병원에 찾아가 지앤넷의 빠른청구는 출력물 없는 청구를 통해 병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도 소비자들이 전송 버튼을 누르는 직접 청구 서비스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했다"며 "실제 서비스를 이용해 본 병원들의 경우 설득 과정이 더 빠르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현재 국내 상급 병원, 1·2차 병원에 더해 약국까지 저희 플랫폼에 다 들어와 있다"며 "병원의 경우 500곳이 넘게 들어와 있고 1만개 이상의 약국도 이달 지앤넷 네트워크에 들어왔다. 보험사 제휴 커버리지를 보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보험사·소비자까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 네트워크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건강기능식품 판매사인 제약사와 제휴해 보험금청구 시 본인 질병분류번호에 입각한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해주는 '의료 데이터 마케팅'도 선보였다. 건강기능식품 추천 안내톡을 받은 개인 소비자가 제휴제약사의 판매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판매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현재 대웅제약, 녹십자웰빙 등과 협업 중이다. 청구뿐만 아니라 보험사가 지앤넷의 구디 AI를 통해 진단보험금 지급을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보험금 심사 서비스'도 제공한다
◇ '닥터구디 카드'로 카드사 동맹 강화···구디페이·의료비결제 서비스도
(자료=지앤넷)
최근엔 카드사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앤넷은 올해 4월 하나카드와 손잡고 '닥터구디 T&R 카드’를 선보였다. 구디카드는 구디 참여 병원과 약국에서 구디카드로 결제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이 청구되는 카드다. 참여하지 않는 병원의 경우엔 간편청구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월 실적을 채우고 보험료 자동이체를 설정하면 청구할인도 가능하며, 닥터구디 앱에서 제휴카드를 발급하는 소비자에게는 유료회원에게 제공하는 △건강상담 △건강검진 할인 예약 △재무 상담과 같은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된다.
김 대표는 "금액이 작은 약값 같은 경우에는 청구를 잊어버리거나 귀찮아서 안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구디카드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청구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청구 자체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며 "하나카드뿐 아니라 신한, 삼성, 우리, 롯데카드 등과 제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디카드에 이어 구디페이 서비스도 선보였다. 구디페이를 활용하면 매월 정기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요양병원의 입원비 등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여기에 병원과 약국에서 구디페이로 결제시 카드수수료가 없을 뿐 아니라 보안 프로그램을 추가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구디페이로 생성된 바코드를 병원의 무인수납키오스크에서 스캔하면 병원비 결제와 동시에 보험금을 자동으로 청구할 수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온라인으로 병원비를 결제하면 보험금청구를 자동으로 연계하는 '구디 의료비결제 서비스'도 있다.
◇ 대한민국 대표 '헬스케어 전송 플랫폼'으로 도약
김 대표는 간편보험청구를 넘어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 의료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 질과 접근성은 뛰어나지만, 온라인 분야와의 연계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병원·약국·제약사 등 의료 시장을 이끌어가는 주체들과 보험·카드 등 금융사를 연결해 진정한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김 대표는 "스마트헬스케어의 시장 성숙도는 아직까지 초보적인 수준으로 본다. 의료서비스가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네트워크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그런 분야를 우리가 어떻게 네트워크 서비스로 바꿀지에 대한 숙제는 굉장히 오랫동안 고민하고 어떤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의료정보 주체인 개인을 위한 서비스로 가야 된다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가다 보면 시장이 성숙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 시장에서 주역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그 안에서 전송 플랫폼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 목표"라며 "개인이 본인의 의료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길부터 만들어야 되겠다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고, 개인에게 지속해서 선택권을 줄 수 있는 전송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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